사회 일각에서 겐지모노가타리처럼 우키요에에 대한 과대포장이 있네요.

밥 먹 은 뒤에  유 관( 儒 官) 10여 인이 와서 대청(大廳)에 모였다. 나와 세 서기가 나가 접대하여 서로 읍하고 앉았다. 좌중에서 각각 율시(律詩)와 절구(絶句)를 써 주면서 화답하기를 구하므로, 곧 모두 화답하였다. 저들은 연이어 번갈아 부르고 차례로 화답하여, 혹 변하여 장편(長篇)을 만들기도 하여 각체(各體)가 갈수록 더욱 많아서 쌓인 것이 공문서(公文書) 더미와 같았다. 김세만(金世萬)을 시켜 옆에 앉아 먹을 갈게 해도 미처 당하지를 못하였다. 모인 자가 하루 안에 각각 3, 4편씩을 지었는데, 나는 외주먹[獨拳]으로 당해 내어 왼쪽으로 수작하고 오른 쪽으로 답하면서 여럿의 요청을 채우자니, 초(草)를 잡거나 수정할 겨를이 없었음은 당연하였다. 이튿날 또 수십 명이 와 모여서 시를 부르고 화답한 것이 또한 어제와 같았고 밤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그들의 시는 먹던 밥을 밥상에 뿜어놓은 것 같아서 말할 거리도 못 되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임봉강(林鳳岡)의 문도(門徒)로서 강도(江都)에서 녹을 먹는 자들이라 한다.

화전장방(和田長房)은 자(字)가 백량(伯良)이요, 호는 기암(幾菴)인데 나이가 64세요, 대전중후(大田重厚)는 호를 취음(翠陰)이라 하고, 대진헌장(大津憲章)은 호를 죽와(竹窩)라 하고, 정상 유 기(井上 有 基)는 호를 설계(雪溪)라 하고, 추산정방(秋山正房)은 자는 지향(芝鄕)이며 호는 탁와(卓窩)요, 반전작(飯田綽)의 자는   유 연( 裕 然), 호는 동계(東谿)요, 진전현보(津田玄寶)의 자는 자순(子順), 호는 이수(二水)요, 길전태명(吉田泰明)의 자는 여려(汝礪), 호는 소행(素行)이요, 진목호문(眞木好文)의 자는 여옥(汝玉), 호는 금만(金巒)이요, 야호(野浩)의 자는 언호(彥浩), 호는 노주(鷺洲)요, 천부양 유 (川副良 有 )의 자는 백인(伯仁), 호는   유 오( 柳 塢)요, 계산의수(桂山義樹)의 자는 향향(香香), 호는 학정(鶴汀)이요, 좌좌목 현룡(佐佐木玄龍)의 자는 환보(渙甫), 호는 지암(池菴)이요, 소궁산교(小宮山嶠)의 자는 위장(偉長), 호는 계헌(桂軒)이라 한다. 이들은 모두 이름이 현관(顯官)의 반열에 있는 사람들인데도, 머리에는 관을 쓰지 않았고 두 폭의 아롱진 옷에 아롱진 바지를 끌며 칼을 차고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야노주(野鷺洲)와 계학정(桂鶴汀)두 사람은 용모가 준수하고 깨끗하며 시도 약간 나았다. 나와 앉은 자리가 가까워 필담(筆談)으로 마음에 있는 바를 자못 쏟아 놓았다. 강도박(岡島璞)이란 자는 호를 원지(援之)라 하였는데, 장서(長書)와 단시(短詩)로 자기의 의사를 통하였다. 내가미장주(尾張州)를 지날 때에 조문연(朝文淵)이 이 사람을 나에게 부탁하던 것이 기억나서 이때에 그의 시에 화답하기를,

현주(조문연의 호)의 뜻을 기억해 알았으니 / 認得玄洲多小意
역루의 밝은 달에 강관을 꿈꾸네 / 驛樓明月夢江關

하고, 연이어 현주에게서 들은 말을 하니, 그가 깜짝 놀라며 말하기를,

“공이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할 줄 몰랐습니다.”

하였다. 원방경(源方敬)이란 자는 호를 감곡(甘谷)이라 하였는데 시를 매우 빨리 지었으나 볼 만한 것이 없었다. 나와의 담론(談論)은 범상치 아니하였다. 나머지는 다 기록하지 못한다.

연일 관(館)에 있었더니, 심상한 시인들이 만나보러 오는 자가 잇따라, 시를 부르고 화답하기와 필담(筆談)으로 수작하기에 한가한 틈이 없음이 괴로웠다. 또 밖으로부터 청하는 자들은 우삼동과 두 장로를 끌어대어 통하여서,   시문집 ( 詩文集 )의   서문 이니, 그림의 화제(畫題)니,   화상 ( 畫像 )에   찬 ( 贊 )이니,   영물시 ( 詠物詩 )의   유 ( 類 )를 모두 내가 손수 쓰고 도장(圖章)을 누른 것을 받아 가지고 가기를 원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골몰하여 겨를이 없게 하였다.

임신지(林信持)가 한 폭의 그림을 가지고 와서, “그림 속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하고 묻기에, 내가 그 술에 취하여 부축을 받아 당나귀에 탄 모양을 가리키며, “이는 틀림없이 이백(李白)이다.” 하였더니, 신지는 시를 한 편 써 달라고 말하였다. 내가 곧 그림에 맞추어 시를 쓰기를,

아이는 키가 작아 걱정스레 부축하고 / 兒短愁扶腋
나귀는 늙어서 가는 길을 아는도다 / 驢老識路蹊
강가 하늘에 취한 눈이 아득한데 / 江天渺醉眼
서쪽 두어 봉우리에 해가 지누나 / 日落數峯西

하였더니, 신지가 웃으며 사례하고 갔다. 태의령(太醫令) 임양의(林良意)는 호는 파재(怕齋)라 하였고, 그의 아들 중희(重熙)는 호를 충암(冲菴)이라 하였는데, 모두 문학을 좋아하였다 . 비록   유 관( 儒 官)의 자리에 참여하지는 못하였으나 나의 시를 주고받고 글씨 쓰는 것을 보면서 종일토록 옆에 있음이 뜻이 자못 정성스러웠다. 간간이 몇 편의 시를 지어 나에게 주었는데 내가 모두 화답해 주었다. 관반(館伴) 목야 준하수 원충진(牧野駿河守源忠辰)은 벼슬이 귀하면서도 글을 몰랐다. 그러나 또한 글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어서 매양 선비들이 주고받고 할 때에 청 가운데 와 앉아서 구경하며 기뻐하였다. 하루는 내가 피곤하여 평복으로 방안에 누었는데, 관반이 혼자 왔으므로 내가 일어나 옷을 바로하고 맞아 읍하고 앉으니, 그는 곧 손을 흔들어 말리고서 편케 하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뜻을 표시하였으며, 대마도 통역을 불러서 나에게 말을 전하기를,

“내가 어려서 글을 배우다가 글을 성취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더니, 장성하여 관직에 얽매이매 일이 많아서 드디어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슴 속에는 아직도 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더니, 요새 학사(學士)님의 짓고 쓰는 것을 본즉 마음이 매우 기쁘고 흠모되나 관반(館伴)의 사무가 바빠서 서로 이야기도 못하였으므로 틈을 타서 한번 온 것입니다.”

하였다. 내가 종이 한 폭을 내어 몇 줄 사례하는 말을 써서 보이니, 그가 어루만지며 한참 동안 보다가 일어나 가면서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답을 써 드리겠습니다.”

하였다. 이튿날 관반의 종자(從者)가 과연 한 폭의 글을 나에게 주는데, 글은 비록 부족하나 뜻은 충분하였다. 끝에 그의 이름을 쓰기를,

“장강성주(長岡城主) 목야 준하수 원충진은   돈수재배 ( 頓首再拜 )하나이다.”

하였다.

-신유한의 해유록(기원후 1719년경 기록.) 기록 중.

에도 막부 시대때 일본국이 조선국에 대해 극도의 숭상을 해온 것을 알게 해주는 두 대표적 기록들. (etoland.co.kr)

조선 후기(조선의 중흥기, 부흥기, 제 2차 전성기) 당시의 국제적 위상을 나타낸 기록들 정리. (etoland.co.kr)

관학파(훈구파)의 사상의 뒤를 이어 사림파의 사상이 중심이 되어 이뤄낸 조선의 번영에 대한 대표적 기록. (etoland.co.kr)

일본국의 소설인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네요. (etoland.co.kr)

일본인(왜인)들에게 문화 상대주의조차 초월할 정도로 절대적 권위를 지닌 신선으로 섬겨진 조선 통신사. (etoland.co.kr)

일본국(왜국)이 에도 막부 시대때에 조선국보다 나았다는 루머에 대한 정리. (etoland.co.kr)

일본국(왜국)의 에도 막부 시대때의 대외관. 부제:우리나라 기록과의 교차검증 및 청나라의 대외관. (etoland.co.kr)

고려 말기때 일본이 우리를 능가했다는 루머의 사실여부에 대해 알아보면, 오히려 고려 포함 우리나라 국제적 위상의 기본값이 굉장히 높다는 것만 알게 되네요. (etoland.co.kr)

사회 일각에서 겐지모노가타리처럼, 우키요에에 대한 과대포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키요에가 국제적으로 고가치로 인정받은 고급예술이였을까요? 위의 기록을 보시다시피, 조선국의 제 19대 임금인 숙종의 재위시기 도중인 기원후 1719년경때 에도 막부 시대때의 일본국(왜국)에 조선국 통신사 제술관으로써 파견된 신유한이 일본국에서 겪은 것을 토대로 저술한 기록인 해유록을 보면, 그 실체에 대해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데요. 일본인들이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문(시와 글)과 서화(글과 그림)에 대한 가르침 및 평가를 조선국 통신사원들에게 받으려고 매사 북적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 통신사원들은 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넘어 체력적 부담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더군다나, 우키요에는 애초에 에도 막부 시대때의 일본국에서 서민층들이 향유하는 그림이였지, 고급예술로 여겨지진 않았는데요. 아마, 조선국 통신사에게 평가를 받은 그림들 중 우키요에도 그 일원으로 포함되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할 뿐입니다. 말 그대로 일본인들이 그림도 조선 통신사에게 가르침, 평가를 받는 데에 열중이였다고 하니 말이지요. 일본국의 사회에서는 시, 글, 그림, 화장, 철학  등 고급학문, 고급예술을 자국에 파견된 조선 통신사에게 인정받고 가르침을 내려받으려고 혈안이였음을 해유록, 봉사일본시문견록, 승사록, 일본표해록 등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본측의 기록, 그림으로도 자료 대질, 교차검증이 되어 그 편린, 큰 맥락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구요. 겐지모노가타리처럼, 우키요에 대한 과대포장이 큰 맥락상으로 봐도 사실이라면, 일본국이 조선국 포함 우리나라 내지 중국, 우리나라에게 고급학문, 고급예술에 관해 동등한 입장을 취하거나 오히려 가르침을 주는 대상으로 일관되게 기록되야할 것인데, 그러한 언급은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되요. 흥미로우니만큼,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참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