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황제 칭호를 자칭해온 것을 두고 일본의 국제적 위상으로 연결시켜서 보면 안 되는 이유를 나타내는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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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본이 황제 칭호를 자칭해온 것과 대외적으로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etoland.co.kr)

가끔, 일본국에서 황제 칭호를 자칭한 것을 두고, 일본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하시는 분들이 있던데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 기록들을 나열하겠으니, 참조해주시길 바래요.

왜인 ( 倭人 )과 야인(野人)이 와서 숙배(肅拜)하였는데,   화라온   올적합 ( 火剌溫兀狄哈 )으로   당상직 ( 堂上職 )에 있는 자가   왜인 ( 倭人 )보다   상석 ( 上席 )에 앉으니,   왜인 이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어찌   올적합 의 아래에 있어야 하겠습니까?"

하고는, 장차 돌아가려고 하면서 기꺼이 자리에 나아가지 아니하니, 임금이 주서(注書)   김인후(金麟厚) 로 하여금 위로해 타이르게 하고 다른 대청에 따로 자리를 베풀어 대접하게 하였다.

- 성종실록 262권, 성종 23년(1492년) 2월 21일 임술 5번째기사

잘 보시다시피, 야인(만주대륙의 모든 여진족), 왜인(일본인)이 조선국의 조정에 입조해 조선국의 조정을 섬겨왔었는데, 화라온 올적합(혐진 올적합, 홀라온 올적합, 해서여진)으로써 조선 조정에게 당상직에 제수(책봉, 임명)된 자가 왜인보다 상석(높은 자리)에 배석되자, 왜인이 자신들이 어찌 올적합(화라온 올적합)보다 아래에 배석되어야 하겠냐면서 기꺼이 자리에 나아가지 않았고, 이에 당시 조선국의 제 9대 임금인 성종이 주서 김인후로 하여금 왜인을 다른 대청에 자리를 따로 만들어서 대접하게 조치한 기록인데요. 이는 국제사회, 국제질서에서 일반적으로 여진족이 일본국보다 상위의 존재, 일본국이 여진족보다 하위의 존재로 간주되어왔음을 알게 해주는 기록들 중에서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조선 시대의 이전 시대인 고려 시대는 물론, 신라/발해로 구성되었고, 신라국이 중심이 되었던 남북국(남북조) 시대 그리고 고구려국이 중심이 된 삼국 시대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우리나라 그리고 국제사회, 국제질서에서의 일본국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시 여진족 사회에서는 자칭으로나마 황제로 칭해지던 자가 아예 없었으며, 일본은 어찌 되었건 황제 칭호를 자칭해온 것을 볼 때, 일본이 황제 칭호를 자칭해왔을 뿐, 이게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것(말 그대로 타칭이지요. 타칭이 자칭과 격이 다름은 동서고금을 불문한 개념이지요.)과는 거리가 굉장히 먼 것을 입증해주는 대표적 기록들 중에서 하나라고 볼 수 있겠구요.

경회루(慶會樓) 에 나아가 종묘 하향제 음복연(宗廟夏享祭飮福宴)을 베푸니, 종친(宗親)으로   양녕 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 · 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𥙷) · 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 · 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 · 경녕군(敬寧君)   이비(李 ) · 함녕군(諴寧君)   이인(李䄄) · 익녕군(翼寧君)   이치(李 ) 와 영의정   정인지(鄭麟趾) ·좌의정   한확(韓確) ·우의정   이사철(李思哲) ·좌찬성   윤사로(尹師路) ·우찬성   정창손(鄭昌孫) ·좌참찬   강맹경(姜孟卿) ·도승지   박원형(朴元亨) ·좌승지   구치관(具致寬) ·우승지   한명회(韓明澮) ·좌부승지   성삼문(成三問) ·우부승지   조석문(曹錫文) ·동부승지   윤자운(尹子雲)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일본   국왕 ( 日本國王 ) 의 사자(使者) 중[僧]   승전 ( 承傳 ) · 범준 ( 梵準 )   등 5인을 불러 부연(赴宴)하게 하였다.   승전 ( 承傳 ) 에게 명하여 차례로   술 을 올리게 하고, 교대로 일어나   춤추게   하였다.   승전 ( 承傳 ) · 범준 ( 梵準 ) 에게 각각 호피(虎皮)·표피(豹皮) 2장(張), 면주(綿紬) 4필(匹), 백면포(白綿布) 4필, 채화석(綵花席) 4장(張)을 내려 주고, 또   승전 에게   《대학(大學)》 · 《중용(中庸)》 · 《논어(論語)》 · 《맹자(孟子)》   각각 1부(部)를 내려 주었다.

- 세조실록 32권, 세조 10년(1464년) 1월 16일 기사 1번째기사

유구국 ( 琉球國 ) 의 사신(使臣)   왜승(倭僧)   도안 ( 道安 ) 에게 연회를 예조에다 내려 주었다.   도안 이 술에 취하여   노래하고   춤추었다.   예조 판서(禮曹判書)   이승손(李承孫) 이 그에게 말하기를,

"성상께서 너에게   호군직 ( 護軍職 )을   제수 ( 除授 )하셨는데, 너는 그것을 아는가?"

하니,   도안 이 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면서 사례하기를,

"본국(本國)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하였다.

- 세조실록 8권, 세조 3년(1457년) 7월 22일 계미 2번째기사

일본국(왜국)은 중앙정부인 막부의 사신단을 포함해서 야인(만주대륙의 모든 여진족들에 대한 통칭입니다. 일본국을 왜국, 일본인을 왜인으로 부르는 것과 똑같은 개념입니다.), 유구국(류큐국, 현 오키나와)과 더불어 조선국 조정에 입조해 조선국 조정을 섬겨오는 것은 물론, 조선 조정의 명에 의해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처지였었음을 알 수 있지요. 이 중에서 일본국은 여진족보다 반열이 아래였으며, 유구국과 동급이였다가 기원후 150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구국보다도 대접, 인식이 아래로 내려가는 현상을 보이게 될 정도이지요. 조선 후기때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일본국에 대한 대접, 인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현 일본국의 야마구치현(오우치 가문의 본거지가 야마구치였지요.)의 모리 박물관에 보관되있는 이른바 통신부 더 정확힌 조선국사대내통신부와 교지입니다. 교지의 내용을 보면, '조선국이 경태 4년(기원후 1453년경) 7월 모일에 오우치 가문에게 통신부를 하사한다.' 라고 적혀져 있구요. 통신부에는 '조선국이 오우치 가문에게 통신부를 하사한다.' 라고 적혀져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통신부 및 교지를 둘러싼 전말은 조선국이 제 6대 임금인 단종의 재위시기 도중인 기원후 1453년 7월 모일에 조선국 조정에 입조해온 오우치 가문에게 통신부와 교지를 하사해준 것이 지금까지 일본국에서 보관되어온 거라고 볼 수 있지요. 또, 이는 일본국이 조선국 조정에 입조해 조선국을 섬겨왔다는 조선왕조실록, 해동제국기 등의 기록들과도 자료 대질, 교차검증이 되어 우리나라측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 해동제국기, 그 외 조선 통신사원들이 쓴 저서들의 기록 신빙성을 높여준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칠지도가 현 일본국의 이소노카미 신궁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 칠지도의 명문의 맥락을 보면은, 백제국이 왜국에게 칠지도를 하사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칠지도에 적힌 명문 몇몇이 훼손되어 있어 완전한 내용을 알 수 까지는 없어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죠. 그러나, 이 통신부와 교지는 명문 하나하나가 전혀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관되어 통신부, 교지에 적힌 명문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읽고 해석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더더욱 높다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칠지도보다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상하관계를 더 명확하게 알려주는 물품으로써의 가치도 있구요.

이를 보면, 일본국이 황제 칭호를 자칭해온 것을 두고서 이것을 일본국이 대외적으로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은 것으로 연결시켜서 보는 것은 상당한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인 것이지요. 일본 스스로 황제 칭호를 쓰는 건 자유이지만, 대외적으로 국제적 위상을 공인받는 것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타칭이 자칭에 비해 격이 다름은 동서고금을 불문한 개념이여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흥미로우니만큼, 이에 대해 유익한 참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