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게임이지만 오락이 아니다.]
유명한 라이트노벨 중 하나인 소드아트온라인의 문구입니다.
제가 학생일 때 번역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데, 전 그때 전혀 관심이 없어서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에 와서야 2000년대 중반의 작품을 보고 있다니 뭔가 늦은 시작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읽게 된 계기는 별 것 없었습니다.
그냥 요즘 작품들을 읽다가 가끔씩 떠오르는 아, 옛날에 이런 작품도 있었지?
그때 보진 않았는데 요즘 볼 것도 없는데 한 번 읽어나 볼까? 하는 미묘한 생각 때문이었죠.
2022년 가상현실 게임 소드 아트 온라인의 전격 발매!
그리고 1만 명의 플레이어들이
무한한 창공 위에 떠있는 100층 짜리 바위성 아인크라드라는 무대에
접속합니다.
하지만 고대하던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이 목숨을 건 데스 게임으로 변하는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죠.
로그아웃이 금지되고, 모든 플레이어들을 광장에 불러모은 이 세계의 신, 카야바 아키히코는 플레이어들에게 경고합니다.
100층을 공략하지 않으면 여기서 영원히 나갈 수 없다고, 그리고 이곳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라구요.
물론, 이 작품의 시작은 고렙 플레이어인 주인공의 사냥 장면부터입니다.
살벌하게 전투 중인 모습을 보여주고, 왜 주인공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 차분하게 과거 회상을 하면서 세계관을 풀어나가죠.
검은 검사, 키리토는 솔로 플레이어로써 타인과의 만남과 교류, 무리를 꺼리고 자기 혼자 사냥을 하는 것이 속편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는 치터(베타테스터)라는 특성에서 기인하죠.
주인공인 키리토의 트라우마는 본인은 이타적인 성향이지만 서툴고, 외로워하며, 타인의 비난을 두려워 때문에 자신을 숨기며 그로 인해서 더한 비극을 초래하는 후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긴, 소드아트 온라인을 2년 동안 플레이 하고도 16살이었으니 얼마나 어렸겠습니까.
그래서 한창 사춘기에 휘둘리는 청소년적
감성이 작품 전체에 깔려있고, 남의 비난을 꺼리
지만 멋있게 활약하고 싶다가 주인공 키리토의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독자 입장에서 우물쭈물대며 미루는 키리토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면서도, 내성적인 사람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부분인 점을 공감할 수 있을지도요.
라이트노벨 1권이 그렇듯이 소드아트 온라인도 단권 완결을 위한 스토리와 나름 세밀하게 짜둔 세계관을 중점인데, 그것을 키리토의 시점으로 사건들을 겪으며 천천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문체나 표현이 독특한 부류는 아니지만 1인칭 전투가 잦아서 독자의 시선을 훌륭하게 붙잡아둡니다. 전투가 끝나면 세계관 설명 혹은 긴장을 풀어주는 에피소드가 등장하지요.
여성캐릭터이자 전투원인 유우키 아스나와의 동거 생활이 1권의 대략 1/3을 차지하는데, 그 이전까지의 키리토는 우울하고 염세적이면서도 자책이 심한 소년처럼 보입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이렇게 생각하면서 상처를 주더군요.
여러모로 유리멘탈이면서 전투 능력은 뛰어난 주인공입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는 너무 나이 든 다음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개연성에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좀 많았습니다.
결말부에 밝혀지는 카야바 아키히코의 동기는 이해가 전혀 가질 않고,
키리토가 히스클리프의 정체를 밝혀내고 최후의 1:1 결투로 게임 클리어를 결정하는 것도, 아스나의 희생으로 분노하여 대오각성해 카야바를 썰어버리는 장면도, 장면 자체는 가슴 뛰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인공만의 치트죠.
1권에서 궁금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떡밥 100층인데, 75층에서 보스몹을 잡고 클리어라니...대체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소드 아트 온라인은 마치 몇 개의 중점 장면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해놓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점이 출중해 보였습니다
공감하기 쉬운 캐릭터성, 그러면서도 전개는 빠르고, 액션에 망설임이 없으며, 문제 해결도 시원하게 이루어집니다.
1/3 정도는 키리토의 설명과 회상이 차지하긴 하지만 그 부분은 배경에 가까운지라 별로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핵심적인 인물 간 갈등은 키리토와 아스나 부부vs히스클리프(카야바 아키히코)인지라 구도가 아주 간단합니다.
이 작품을 보면 결국엔 장르 쪽에서는 대립 장면 연출과 전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에 대한 공감과 세계와의 갈등, 능력 성장, 문제 극복 혹은 해결 말이지요.
문제가 없다면 목표도 없고, 아무런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리고 읽는 동안에 잠시 MMORPG를 하던 추억이 되살아나더군요.
옛날 분위기에 잠깐 젖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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