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훈계 개인블로그 장르 소설?
종합격투기 소재인데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긴장감 없이 그냥 다 이겨요. 수련과 성장 묘사도 없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못생길수록 강해진다는 판타지적 설정도 큰 의미 없습니다.
원래 엄청난 천재라서 자신이 덜 못생겨지든, 상대가 더 못생겼든 그냥 이깁니다.
못생김으로 힘을 부여하는, 성좌 비슷한 초현실적인 존재가 있긴 한데 역시 스토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몇 번 등장하지도 않고, 끝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힘 필요 없다고 하니까
알았다 하고 사라집니다.
인방물 요소가 그나마 비중이 크지만, 이 역시 도구적 설정일 뿐입니다.
뜬금없이 인방을 하고, 마이크 잡고 몇 마디 하니까 화제가 되니까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1만명이 됩니다.
그 뒤로도 그냥 마이크 잡고 말만 하면 구독자가 몇십만, 몇백만 계속 늘어납니다.
이 소설의 중심 줄기는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훈계입니다.
외모지상주의, 한남페미, 서열 군기 잡기, 닭도리탕/닭볶음탕, 줄임말 세태, 연예인 동영상 유출, 여자다움/남자다움, 반려동물, 옳은 효도 방법, 노조, 바람직한 남편상, 육아 훈육, 소득 불평등 등등
대부분 인방에서 주인공이 이슈에 관해 자기 생각 입터는 형식인데, 주인공이 먼저 꺼내기도 하고 시청자가 댓글로 물어보는 방식으로 이슈를 선정합니다.
뉴스 보고 댓글 달거나 개인 블로그에 자기 생각 쓰는 수준의 내용이고,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자기 생각을 설파한다는 게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거거에 대부분의 시청자는 댓글로 박수치고 감탄하고 별풍선 펑펑 쏘는 추종자 원숭이들이고, 가끔 반박하는 댓글들은 수준이 너무 저능해서 면박 당하고 사라지는 역할입니다.
대부분의 이슈 털기 에피소드들은 통재로 들어내도 이야기 전개에 전혀 영향 없습니다.
개똥 철학으로 훈께하는데 주변에서 우러러 보는, 작가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자 꼰대가 꿈꾸는 판타지라고나 할까요.
읽는 내내
이렇게 날로 먹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들었습니다.
소재나 스토리 라인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요. 그냥 사회적으로 이슈 되는 거 잡아서 블로그에 자기 생각 쓰듯 주인공 입을 빌려 털고, 시청자들 감탄과 박수, 별풍선 펑펑, 구독자 쭉쭉 패턴 반복하면 분량 솔찬히 채우겠습니다.
가끔씩 적당한 다음 대전 상대 등장시켜서 주인공에게 쳐맞고 사라지게 하면 되고요.
스토리 전개에 별 영향 없는 개별 에피소드라 설정이나 개연성 충돌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필력은 괜찮은 편이라 술술 읽힙니다. 어휘를 보면 연세는 꽤 되어 보이고요.
저도 나이로는 꼰대 소리 듣기 어색하지 않은 세대지만, 저랑 생각이 많이 다르더군요.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경향이 강한듯 합니다.
꼰대가 자기 확신을 공고히 하게 되는 사고 패턴이 이렇구나, 이건 또 뭐라고 하려나, 개인 블로그 읽는 재미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웹소설이 가볍게 읽고 소비하는 스낵 컬쳐가 됐다지만,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탄복했어요.
ps.
작가가 인문적 소양이 있으신 거 같은데 깨는 부분 두 가지.
1. 대기만성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뜻으로 알려져있다.
2. 법인도 엄격히 따지면 인격을 갖춘 존재다.
(유머)
칠판에 분필로 인쇄하시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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