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규제에 AI 수요까지 먹구름…반도체 덮친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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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출규제에 AI 수요까지 먹구름…반도체 덮친 ‘겹악재’
수정 2024-05-09 19:24 등록 2024-05-09 17:10

중국 매출 비중 큰 인텔,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Arm 향후 1년 매출 예상, 시장 컨센서스 밑돌아
반도체 경기 둘러싼 불확실성 커지는 분위기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이 잇따라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대중 수출규제의 끈을 조이고 인공지능(AI) 수요에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등 정치·경제적 악재가 덮친 탓이다. 반도체 경기의 향배가 안갯속에 휩싸이면서 시장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9일 미국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이 낸 수시공시를 보면, 미 상무부는 지난 7일 인텔에 소비자 관련 품목의 대중 수출에 대한 특정 면허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상무부 통보의 효력은 즉시 발생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인텔은 그동안 중국 화웨이에 노트북용 반도체 등을 공급해왔다. 지난달 화웨이는 인텔의 최신 제품 중 최고사양인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가 자사 인공지능 노트북에 탑재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 매출은 당장 2분기부터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인텔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 전망치를 125억~135억달러에서 125억~130억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1분기(127억2400만달러)와 견줘 제자리걸음하는 데 그칠 것이란 얘기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매출 중 6%가 대중 수출 규제의 영향권에 있었으며, 앞으로 이 숫자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7%에 이른다.

모바일 반도체 강자인 영국 반도체설계기업 암(Arm)도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내놨다. 암은 2024회계연도 4분기(1~3월)에 매출 9억2800만달러, 영업이익 22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8일(현지시각) 밝혔다. 자사 전망치를 넉넉하게 웃도는 실적이지만, 시장은 향후 1년 전망에 더욱 주목했다. 암은 2025회계연도에 매출 38억~41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전망치의 중간값(39억5000만달러)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평균(40억1000만달러)보다 작다.

시장에서는 테크 업계의 인공지능 관련 지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암의 성장세가 인공지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서다. 암은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고성능·저전력 연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신형 아키텍처 ‘Armv9’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는 분위기다. 미-중 분쟁과 인공지능 산업 모두 경로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8일 의회에 출석해 “화웨이는 위협적인 존재고, 우리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기존에 내준 (수출) 면허도 취소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면허 취소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온 미국 퀄컴은 아직까지 면허 취소 사실 외에 매출 영향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장도 널뛰고 있다. 인텔은 8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2.2% 낮은 30달러에 마감했다. 장 마감 뒤에 실적을 발표한 암은 시간외거래에서 당일 정규장 종가보다 9.0% 빠진 96.56달러를 기록했다.

이재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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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큰 소프트뱅크 “네이버와 7월1일 타결 목표지만 쉽지 않아”
수정 2024-05-09 21:33 등록 2024-05-09 19:12

금액 놓고 협상 난항인 듯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일본 국민 메신저’인 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지분 매입  협상을 네이버와 진행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금액 등의 차이로 단기간에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금액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지분 매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신경전도 엿보인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9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라인야후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현시점에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월1일이 (협상 타결의) 목표다. 하지만 그때까지 정리된다는 것도 굉장히 난이도가 높다. 어쩌면 오래 걸리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7월1일은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지난달 16일 라인야후에 대해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등 대책을 보고하라고 한 날이다.

미야카와 최고경영자는 이날 네이버와의 지분 협상을 둘러싸고 여러 고심을 드러냈다. 네이버로부터 지분을 적게 사면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고, 상당 비율을 매입하자니 금액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네이버와 (지분 매입) 비율까지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지금 50 대 50이기 때문에 1%만 사도 대주주가 되지만, 51 대 49정도로는 현재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에이(A)홀딩스의 지분을 네이버와 절반씩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라인 서비스가 일본에서 하는 사업인 만큼 이사회 구성 등 경영은 현재도 사실상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분이 100%가 되면 우리에게도 여러 자유로운 선택이 있을 수 있지만, 이 투자가 합당한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금액 문제 등 사업을 전개하는 데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일본 언론에선 구체적인 금액까지 거론되는 단계라는 보도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관계자를 인용해 “(협상에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일정 수의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에이홀딩스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등의 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금액에서 차이가 커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미야카와 최고경영자는 “자본의 재검토가 (개인정보유출 방지 등) 보안 거버넌스 강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라인야후가 (전날 실적 설명회에서) 네이버와 위탁 계약을 ‘제로’(0)로 하겠다고 한 만큼, 자본을 건드리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만족할 만한 금액이 아니면, 지분 매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과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네이버의 지분 매각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변수다. 아사히신문은 “라인 앱은 약 9600만명의 이용자가 있다. 자민당 일부 의원들은 명실상부한 일본의 인프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총무성도 일본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도 두차례 행정지도에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명시하며 대놓고 압박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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