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일기 - #9 와우는 만렙부터

#9 와우는 만렙부터

확실히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이 잊혀져 가는 동물인가 보다.

그때 나를 그렇게 죽였던 호드 법사 이름을 까먹다니.. 지금도 처음보는 스킬이 있을정도로..

(와우6개월차) 와우에는 엄청난 량의 스킬이 존재한다.

특히 각 직업별로 공통스킬 외에도 각 직업별 특성에 따라서 스킬이 갈라져서.

똑같은 직업이라도, 다른 캐릭이 되어버린다. 어떻게 특성을 찍느냐에 따라서..

힐러 또는 탱커 아니면 딜러가 될수도 있는것이다. 몇몇직업들은..

오로지 딜러밖에 못할수도 있지만..

탱커나, 힐러 계열을 보유한 캐릭들은 모두 딜러로써의 전향이 가능하다.

이건 아주 특별한것이다. 언제든지 단돈 25골만 있다면, 캐릭을 새로 키울 필요 없이

전혀 다른 플레이를 즐길수 있다니..

있다니... 있다니... 라고 해도.. 템도 있어야 하고 -_-;; 렙도 만렙이어야 하며..

돈도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 특성만 25골이지 템값+문양값+마부+보석+키트 등등 ㅠ.ㅠ

걔다가 와우는 업데이트를 할때마다 템이 업글이 되는데, 모든 컨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모든 아이템을 파밍할때쯤 되면.. (몇개월~년 단위까지) 새로운 컨텐츠가 나와버린다.

밉둥의 경우는.. 전사만 5년인가 했다니.. 와우컨텐츠가 얼마나 많아서..

소비하기가 힘든지 알수가 있다. (이번 낙스 덕에 평준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튼간에.. 우리는 줄파락을 가게 되었고.. 100 인 잡기라던가.

징쳐서 용잡기 등등의 컨텐츠를 즐기며, 광렙을 하였다.

아.. 이 100인 잡기가 참 가관인게.. 높다란 제단을 수십계단 올라가 있으면..

밑에서 몹들이 새까맣게 생긴다. 그게 100 명이라고 하고, 누가 스샷찍어서

세어봤다는 얘기도 있는데, 여튼 겁나 많이 생긴다.

난 인던 버스라서, 직접 동렙들과 사냥으로 클리어는 안해봤지만..

상당히 버겨워 보인다. 한마리 잡기도 힘든 몹들이 100 마리라니!!!!!!!

그때의 밉둥의 모습은 지금도 어제일처럼 눈에 선하다.

수많은 몹들을 잡고..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쪼그리고 앉아서 물빵을 먹다가.

밑에서 까맣게 모여드는 몹들을 향해..

제단에서 훌~쩍! 제단밑으로 점프해서 몹 한중간으로 돌진하던 모습..

밉둥은 나엘 전사고, 나는 나엘 도적이다.

똑같은 캐릭인데, 그당시 밉둥의 템은 고레벨 템이고, 에로즈나는 저렙템이라서..

좀 차이는 있었다.

특히 와우는 장비들의 디자인이 굉장히 디테일한 게임이며, 고렙으로 갈수록

장비의 색깔이라던가, 디자인 그리고 그 크기가 달라서.. 같은 캐릭이라도

입은 장비에 따라서, 그 캐릭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지금의 에로즈나와 밉둥은 같이 있으면.. 큰 차이를 못느끼지만..

그당시에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덩치차이도 상당히 컸기에 밉둥캐릭이

주는 위압감은 무시무시했다.

여튼 몹들 사이.. 그것도 100마리의 몹들 사이에서 큰칼을 휘두르며

홀로 잡아가는 밉둥의 모습은.. 요새 도적으로 인던버스를 하면서도

자주 생각이 난다.

인던 버스를 돌면, 에로즈나도 100 마리씩 모는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화면을 1인칭 시점으로 돌려놓고 보면, 몹들의 표정까지 보인다.

특히 인간형의 경우는 내가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진 느낌까지 줄정도 이다.

여튼간에 그렇게 즐겁게 인던 버스를 타고 광렙을 하다가..

일이 터졌다.

가젯잔, 중립지역이다.

고블린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가젯잔에서는........ 그리고 무법항에서는..

호드와 얼라가 그 마을을 같이 공유해서 사용했다.

대부분의 마을은 호드지역, 얼라 지역에 있어서 마찰이 없는데 비해서

이곳은 두 종족이 공생을 하기 때문에.. 퀘도 겹치게 되고..

서로 부딪칠일이 많고.. 공개창도 그만큼 시끄럽다.

[1.공개 : 호드좀 잡아주세요!! 만렙 호드에요!! ]

뭐 이런식이다.

그래도 사람이 마을에 들어가면, 안락함을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

.

.

그런데..

마을에서.. 퀘스트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언데드 법사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당시에는 누가 나를 클릭하면, "애드온!" 하고 경고음이 울렸었는데..

여튼 그 법사를 같이 쳐다보니..

해골표시였다.

'훗.. 지가 어쩔려고.....'

려고..려고.. 하는데..

마법사가.. 손을 비비적 거린다.

뭔가 불안하다.

- 부우우우우웅

"당신은 죽었습니다"

"지금 이동하기겠습니까?"

이 뭔 개소린가?

- 마을이자나!!!!!!!

마을은 안전을 보장해줘야 되는거자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당시만 해도 원킬로 죽이면, 경비병들이.. 반응을 안했다. -_-;

지금은 바뀌었지만..

여튼.. 내 도적이 자랑하는 은신스킬은.. 만렙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그 법사는 어딜가도 나를 따라오며, 부활만 해서 마을에 들어오면 귀신같이 찾아내서..

나를 죽이기 시작했다.

- 왜.... 나야?

난 그저 선량한.. 도적...?? 일뿐이라고..

그렇게 그 법사에게 죽으면서.. 참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예전에 시체끌기로 맵 끝에서 끝까지 끌어봤다던 밉둥의 말도 생각이 났고..

내가 왜 얼굴도 모르고, 말도 안통하고, 이유도 모르는.. 걔다가..

그놈 나이는 어쩌면 나랑 10살 넘게 차이 날수도 있는.. 호드 언데드 법사에게..

죽어야 하는지..

이 게임을 내가 돈을 내고 하면서..

맵 하나 이동하는데 30분씩 걸리면서.. 해야 되는건지.

회사 끝나고 게임할려면 시간도 얼마 없는데.. 이동하고, 이렇게 한번 죽으면..

내 2~3시간의 게임시간은 모두 날라가고, 그날은 그냥 모니터를 닦은것만 못한 하루가 되는데..

이래야 되는건지..... ㅠ.ㅠ

참으로 여러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도달한 결론은..

'그래.. 나도 만렙을 하나 만들게 되면, 그때는 날 건드리지 못할꺼 아냐..'

혹시 내가 쪼렙을 다시 키워도, 밉둥 캐릭처럼 주차해놓으면, 복수를 해줄수 있을꺼자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변했다.

이제부터는 광렙이다. 채광이고, 기공이고 나발이고.. 이제는 광렙이다!!

나는 만렙을 (그당시 70) 찍을테고.. 당당하게 정모때 나가서 만렙으로서..

이야기의 틈바구니에 낄것이다!!!!!!!!